생활문화
결론을 먼저 얘기하면 압타밀 분유에서 이물질이 발견되었는데 상담을 한 유통사에게만 사과받았고 수입처에서는 전화 한 통 없었습니다. 몇 개월이 지난 일인 데다 이런 글을 쓰고 올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 그냥 묻어두려다가 그래도 공익 목적에서 공유하는 게 좋겠다 싶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작년 말 아기가 태어나서 국산 분유보다 1통당 만 원이 더 비싼 수입 분유 압타밀을 먹이고 있었습니다.
잘 먹이고 있었는데 올해 4월 22일 한 통을 다 먹어서 용기를 버리려고 하던 중에 남은 분유 가루에 검은 게 보이더군요. 처음에는 날파리가 떨어져 죽은 줄 알았습니다.
놀라서 남은 분유 가루를 털어서 보니 뭔가가 있기는 한데 너무 작아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가진 DSLR 매크로 렌즈로 찍어보니(직업이 사진입니다) 벌레 같기도 하고 무슨 털 같기도 한 게 몇 개나 있었습니다.
모양을 보면 바스러진 게 꼭 분유 제조 중 건조돼서 저렇게 된 거 같아요.
이게 뭐로 보이시나요? 도대체 뭔지 감이 안 잡히더군요. 사진은 이 글 아래에 있습니다. 보시는 분에 따라 불쾌하실 수도 있습니다.
먹이는 분유가 전부 같은 유통기한이면 같은 라인에서 생산됐을 텐데 저걸 몇 달간 먹였는데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런데 대응이 더 기가 막힙니다.
이물질 관련해서 구입처인 이마트에 문의했더니 상담사는 너무너무 죄송하다 하시며 이물질 나온 분유를 수거해서 뭔지 확인해 보겠다고 하며 새벽배송 배송원이 가져갔습니다.
- 여기서 잠깐. 왜 제조사에 안 물어보고 구입처에 물어봤냐고 하시는 분이 있을까 봐 얘기하자면 이 얘길 다른 사람에게 했더니 유통 중에 들어갔을 수도 있고, 압타밀을 이마트에서 수입하니 이마트에 문의하라는 얘길 해주더라고요. 압타밀은 예전에는 이마트에서 수입했지만, 현재는 이마트에서 수입하지 않고 수입처가 처음 들어보는 다른 회사로 되어 있습니다.
아무튼 구입처 문의 과정에서 요청하지도 않은 환불도 해주더군요. 2통 사서 1통 다 먹이고 나머지 1통도 거의 다 먹고 바닥을 보일 때 발견한 것입니다. 2통 다 환불받았습니다. 상담사한테 전화했을 때 환불 얘기하길래 그건 급한 게 아니니 놔두라고 했거든요.
상담원이 이물질 사진 찍어 놓은 게 있으면 보내달라고 해서 사진도 보내줬습니다.
제가 매크로 렌즈를 가지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폰카나 일반 렌즈로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점만 찍어놨었다면 뭐가 뭔지도 모른 채 그냥 넘어갔을 겁니다.
상담원 말이 이물질 분석에 2달?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2달인지 4달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그래서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그 이물질이 도대체 뭔지 알기 위해서.
그리고 죄송하다며 2만 원 적립금 넣어줍니다. 저희는 누가 보상 얘기했다며 바로 다시 빼가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다시 빼 가더군요.
식품에 이물질,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세상 모든 게 100%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진짜 문제는 여기부터입니다.
한 달이 훌쩍 지난 한참 뒤 연락이 와서는 그 이물질을 아일랜드 본사? 공장?으로 보내려던 중 포장(밀봉상태)이 파손되고 내용물이 오염되어 분석이 불가능해졌다고 합니다.
분석에 2달? 걸린다길래 여태 연락이 없어서 국내서 이미 분석하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국내서 분석한 것도 아니고 한 달간 뭘 했는지, 아니면 예전에 파손됐는데 여태 말을 안 한 건지 저희가 이물질을 보낸 한 달이 넘어서야 이물질 분석이 불가능하다고 연락이 온 겁니다.
그리고 말이 계속 바뀝니다. 처음에는 아일랜드에 갔다고 했다가 또 이번에는 네덜란드라고 합니다. 네덜란드가 맞답니다. 그러더니 또 너무 죄송하다며 보상 얘기를 꺼냅니다.
제발 제발 안에 들어간 그 이물질이 뭔지가 궁금하니까 보상 얘기 좀 그만하고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수입처는 해결을 위한 의지가 없나 봅니다.
자기네 분유에서 이물질이 나와서 항의했고,
매크로 렌즈로 찍어서 이물질 형태도 알려주고,
이물질도 수거해 갔는데,
고의인지 실수인지 이물질을 담은 용기가 파손돼서 오염됐다며 이물질 분석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분유통을 바닥에 엎은 것일까요?
우리가 준 사진은 어떻게 했느냐? 그 사진으로 뭔가 알아낼 방법이 없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사진을 네덜란드에 보내겠다고 합니다.
또 한참을 기다려 연락받았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사진으로 분석을 해 보니 깃털로 추정이 된다고 합니다. 사진으로만 본 것이기에 어떤 동물? 벌레?의 깃털인지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저희가 분유 먹이던 중 용기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유통사에서 보관 중 들어간 것도 아니고,
공장에서 생산 중 들어간 것으로 인정했습니다.
죄송하다며 보상 얘기를 하며 적립금으로 5만 원을 넣어드리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묻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아기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때 다시 대응하겠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습니다.
말이야 좋지 나중에 몇 달, 몇 년이 지나서 아기에게 뭔가 문제가 생겼는데 그게 분유 이물질 때문인지 아닌지 어떻게 입증을 할 수 있을까요? 적립금 넣지 말라고 얘기했습니다.
여기까지 통화는 전부 이마트 상담원과 했고, 수입사에게는 문자 한 통 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마트는 자신들이 제조한 분유도 아니고, 수입하지도 않았는데, 그리고 이물질도 유통 과정에서 들어간 것도 아닌데 이마트는 죄송하다며 적립금이라도 넣어주겠다 이렇게 대응을 하는데 어이없는 건 압타밀 제조사, 수입사 측입니다. 아기에게 먹이는 분유인데 뭔가 이물질이 들어갔으면 사과 전화라도 해야하는 것 아닙니까? 저희 연락처도 알고 있는데 사과 전화 한 통 없습니다.
압타밀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분유로 알고 있는데 수입사는 어디 구멍가게인지 구입처인 이마트만 앞에 내세우고 연락 한 통 없어요. 오히려 여기서 이마트도 피해자일 텐데 말이죠.
이마트는 '우린 모르겠으니 수입사 측이랑 대화하세요'라고 하지 않고 끝까지 수입사와 저희 사이 중간에서 소통을 해줬습니다.
그런데 수입사는 오히려 이물질 운반 도중에 포장이 터졌다며 증거 인멸까지 했죠. 고의든 실수든 간에요.
이후 압타밀을 끊고 국산 분유를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가격도 한 통에 2만 원도 안 됩니다. 만 원 정도 더 저렴합니다. 그래도 국내 제조사라면 이따위로 대응하지는 않겠죠.
제가 제일 후회하는 것은 이마트가 이물질을 보내 달라고 했을 때 바로 보내준 것입니다. 바로 식약처에 신고를 했어야 하는데 말이죠.
이 글을 읽는 부모님들은 분유에 이물질이 발견되면 식약처에 신고하세요.
옛다 2만 원 줄게 먹고 떨어져라, 아님 5만 원 줄게 대응을 당하기 싫다면요.
풀사이즈 이미지 센서 1:1 매크로 렌즈로 최 근접해서 찍은 사진입니다.
위 사진 크롭한 사진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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