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 가운데 공무원으로서 이번 총선의 투표 사무원으로 종사하는 이가 있습니다. 일반 유권자와는 달리 투표 사무원은 종일 투표소에 있기 때문에 투표소 광경을 좀 더 많이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요.

　지인은 지난 4월 5-6일에 사전투표를 할 때 투표소에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을 들려주었는데 제가 투표를 할 때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투표소 분위기를 전할 겸 그 내용을 아래와 같이 서술해 봅니다.

▲ 지역은 경기도 수도권입니다.

▲ 근무한 투표소는 같은 행정구역 내에서도 노인 인구가 많은 곳이라고 합니다.

▲ 사전투표 양일간 투표한 이들은 만 명은 훨씬 넘었다고 합니다.

▲ 관내투표함은 오전에 이미 꽉꽉 차서 더 이상 투표지 투입이 안되는 바람에 투표함을 좌우로 흔들고 쇠꼬챙이와 자로 꽉꽉 눌렀다고 합니다. 이로 보아 이 지역은 투표율이 꽤 높았던 모양입니다.

▲ 많은 이들이 투표 사무원의 안내를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등 난장판 같은 분위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 2장의 투표지를 받고 이거 다 기표해야 하느냐고 질문하는 이들이 꽤 많았다고 합니다. 투표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나올 수 없는 질문 같은데 말입니다?

▲ 기표소에서 투표지를 펄럭거리며 자신이 누구에게 투표를 했는지 공개하는 사람도 속출했다고 합니다. 이는 명백히 선거법 위반이라 사무원들이 제지하느라 진땀을 뺀 듯합니다.

▲ 투표지 중 한 장만 투표함에 넣고 다른 한 장은 손에 들고 나가려는 사람도 있었답니다. 이 또한 선거법 위반이라 사무원들이 급히 붙잡아서 투표함에 넣게 하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합니다.

▲ 잘못 찍었다고 투표지를 다시 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답니다. 교부된 투표지는 절대 재발부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요청은 일체 들어줄 수 없다지요.

▲ 비례투표지를 놓고서는 "왜 1번은 없나?", "민주당은 왜 없냐?" "더불어민주연합은 뭐냐?" 등등의 질문을 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사무원은 정당 관련 답변을 일체 할 수 없기에 답변이 불가했답니다.

▲ 투표소 내의 광경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려는 이도 있었답니다. 이 또한 선거법 위반이어서 사무원들이 제지를….

▲ 대파 소동도 있었습니다. 대파를 들고 투표장으로 들어온 이도 있었는데 선관위의 방침이 대파 반입 금지여서 밖에 놔두게 안내했답니다.

▲ 30분간 길을 막고 소리를 지르고 다른 사람의 투표를 방해하며 난동을 부린 이도 있었답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는데 이곳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낮은 걸까요? 투표장이 시장처럼 시끌벌적하고 난장판 같았다는 것도 그렇고 투표방법에 대해 이리 무지한 이들이 많다는 것에 대해서도 놀랐습니다. 투표 경험이 있거나 언론의 선거 기사에 조금만 관심만 가져도 알 수 있는 내용들인데 말입니다.

　지인의 말을 듣고 투표 사무원들이 얼마나 힘들게 투표 업무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새벽에 택시를 타고 츨근해서 하루 14시간 정도 일하는데 시급은 최저 생계비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라더군요.

　어제 뉴스에서 사전투표 업무에 종사한 공무원이 과로로 사망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투표 업무에 종사한 지인의 말을 듣고 보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아무튼 상기의 내용은 제가 유권자가 된 이래로 투표소에서 거의 보지 못한 광경들인데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2024년 4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