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말고 경쟁할 때 시장은 꿈틀한다
“경쟁 없는 자본주의는 착취일 뿐이다.” 지난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들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연설에서 한 말이다. 이 행정명령은 경쟁을 억제하는 기업합병과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한 행태를 규제하며 노동자의 경쟁기업 이직을 금지하는 계약을 제한하는 등 여러 내용들을 담았다. 그는 또한 별명이 ‘아마존 킬러’인 32세의 리나 칸을 연방거래위원회의 수장으로 임명했다. 미국 하원은 이미 6월에 빅테크 기업의 독점을 규제하는 강력한 법안들을 발의했다. 바야흐로 빅테크 기업들과 미국 정부 사이에 경쟁의 촉진을 둘러싼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는 최근 미국 경제에서 산업의 집중이 심화되어 여러 경제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우려와 비판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많은 경제학 연구들은 1990년대 이후 미국 경제에서 경쟁이 약화되고 신규 기업의 진입이 줄어들어 혁신과 생산성 상승이 둔화되고 투자가 정체되었으며 소득불평등이 심화되었다고 보고한다. 한 실증연구는 1990년대 후반 이후 75% 이상의 미국 산업들에서 산업 집중도가 깊어졌고 이러한 산업에서 기업들의 이윤 마진이 높아졌다고 보고한다. 또한 다른 연구에 따르면 경쟁의 약화로 가격과 한계비용의 비율을 나타내는 마크업이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물론 혁신을 주도하는 선도기업이 산업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 나쁜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2019년 〈대역전〉이라는 저작에서 미국 경제의 독점 심화를 비판한 필리퐁 교수는 2000년대 이후의 산업 집중은 이전과 반대로 경쟁이 줄어들고 진입장벽이 높아져서 가격이 올라가고 투자와 생산성 상승이 둔화되는 나쁜 집중이 되었다고 비판한다. 슘페터의 혁신을 강조하는 여러 연구들도 선도기업이 혁신을 수행하여 시장지배력을 확대한 이후에는 관련 특허를 인수하거나 경쟁기업을 합병하여 지식의 전파를 억제하고 신규 기업의 진입을 가로막는다고 강조한다.
혁신보다 시장지배에 기초한 지대를 추구해온 거대 기술기업들의 행태는 이를 잘 보여준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플랫폼을 장악한 빅테크 기업들은 여러 방식으로 경쟁을 억누르고 시장지배력을 강화했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이나 와츠앱과 같은 잠재적인 경쟁기업을 아예 인수하여 경쟁의 싹을 잘랐다. 또한 여러 논자들은 반독점 정책이 시장점유율이나 가격 변화보다 혁신이나 새로운 기업의 진입, 경쟁기업의 연구개발 그리고 새로운 시장의 창출 등을 고려하여 역동적인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쟁의 약화는 또한 소득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노동소득분배율을 하락시켜 불평등을 심화한다. 2000년대 이후 미국 경제의 노동소득분배율은 빠르게 하락했는데 여러 연구는 이러한 변화가 이른바 슈퍼스타 기업에서 뚜렷하며 산업의 독점 심화와 관련이 크다고 보고한다. 노동시장에서 수요독점의 심화도 임금 상승이 정체된 주요인으로 지적된다. 독점에 대한 비판이 좌우를 막론하고 거세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019년 자본주의의 리셋이 필요하다고 선언하고 독점에 기초한 지대 자본주의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비교 연구에 따르면 재벌 대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한국의 마크업은 1980년에서 2016년 사이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크게 높아졌고, 그 정도는 미국과 비슷했다. 최근에는 카카오와 네이버 그리고 배달업체 등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지배와 노동 억압에 대한 우려가 높다. 제대로 된 자본주의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에도 독점을 깨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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