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을 즐겨 읽습니다.

그런데, 과하면 부족함이 필요해집니다.

즉, 무력 인플레가 점점 커지다 보니 스케일은 확장되고,

허황됨을 넘어 부실함을 낳습니다.

이 밸런스가 잘 맞아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범인수선전(학사신공)은 짜임새도 좋았지만

이 새로운 시대의 선협 장르의 완성도를 가장 높이 끌어 올렸기 때문이 컸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담아낸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고,

이에 따라 보다 인간적이고 밀도 있는 이야기가 

시대의 흐름을 따라 나오게 됩니다.

절대타경의 원제는 대봉타경인으로,

현대로 치면 형사와 안기부 중간 쯤 어디입니다.

무협소설을 자주 읽어보셨다면 동창과 비슷한 위치의 기관에

이계의 형사였던 허칠안이 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의 거의 모든 떡밥을 제대로 회수하는

깊이 있고 즐거운 이야기였습니다.

기존 세대의 끝없은 무력 인플레와 적자생존의 신선세계는

이제 더 이상 주력이 될 수 없고,

오히려 신비의 제왕과 더불어 체계가 중심이 되며,

인간의 이야기가 주가 됩니다.

제가 가장 좋아 하는 요소를 모두 갖추었습니다.

우선 모든 이야기의 골조가 튼튼하게 세워져 있어서

중간에 엉뚱하가 새는 시간도 사건도 없습니다.

부족함이 많은 작가는 

아이디어 하나로 이슈가 되더라도,

뼈대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기 때문에 

덜 중요한 대목을 더 길게

더 중요한 장면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주 딴길로 새면서도 그런 줄을 모릅니다.

잘 쓰는 작가는 뼈대가 튼튼하기에

복선을 깔아도 그것은 애초에 기획안에 포함되어

결말 전에 한올한올 풀려 나옵니다.

그 풀려 나오는 과정이 절정의 상태로 끌어내게 됩니다.

즉, 뼈대, 캐릭터가 모두 결말까지 완전히 이어지니

짜임새가 없을 수 없고,

주인공의 유쾌함과 결단력은 보는 이를 감탄하게 합니다.

정리하자면,

아주 강력한 매력을 가진 주인공을 유쾌하게 그려내면서

전체 이야기가 작은 틈도 없이 매우 잘 짜여진 

그래서 완결을 보고 난 후 깊은 감흥을 느끼고자 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참고로, 현재 국내 번역판은 완결되지 않았으나

원문으로 완결을 보았습니다.

감히 말하자면 제 기준 국내 선협 역대1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