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잡아 비하하는 말이 넘쳐납니다.
다른 글 댓글 달다가 좀 더 강하게 의견을 내보고 싶어서 따로 글 씁니다.
남을 비하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누가 만든 거 같은 말 많죠. 개저씨, 맘충, 쿵쾅이, 퐁퐁남, 틀딱 같은 거.
이런 말의 악랄한 점은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들만을 타겟으로 하는 게 아니라 특정 특성을 가진 전부를 비하하는 말이란 거죠. 아저씨이면 뭐 어때서요? 엄마면 뭐 다 진상인가요? 아니 여자건 남자건 뚱뚱할 수도 있지 않아요? 정말로 뚱뚱한 여자가 남자 관심 못 받아서 페미하는 걸까요? 늙어서 틀니하면 그렇게까지 비하당해야 하나요?
그나마 좀 점잖음을 추구하는 클리앙도 중국인, 일본인 전칭하는 비하어도 많이 쓰죠. 이 모순을 쓰는 당사자들은 모르나봐요. 옆에서 보면 참 부끄러운데.
자조적으로 자기비하하는 경우 말고는 그 전부가 우월감을 느끼려고 쓴다고 생각해요. 이런 우월감은 전염성이 있어요. 나는 도덕적으로 우월해질 수있거든요. 이런 말은 니가 그럴만해서 쓴다는 딱지를 상대에게 붙이면 내가 이런 말 함부로 쓰는 건 니가 잘못되어서라고 우길 수 있거든요. 진짜 천박한 건 남을 비하해야만 자존감을 채울 수 할 수 있는 그 정신인데요.
이건 유구하게 써먹히는 갈라치기 방법입니다. 내 편에게 우월감을 가지게 하는 거요. 빨갱이나 전라도란 딱지를 남들에게 붙이면서 그 사람들이 순수하게 빨갱이는 만악의 근원이며 전라도 사람들은 나쁘다고 믿어 그랬을까요? 처음에는 시절이 공포스러우니 나는 빨갱이가 아니란 걸 보여주려고 그랬다 치더라도 점차 마음에 안 드는 사람에게 빨갱이 딱지 붙이면서 안심하고 우월감을 느끼게 됐죠. 전라도 사람들을 비하하면서 은근히 기쁨 느끼는 경상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아세요?(제가 경상도 출신입니다.)
그냥 너무 역사적으로 가지 않고 가장 비하어 많이 쓰는 일베나 펨코 꼬라지 보세요. 자기네가 제일 도덕적으로 우월한 집단이지. 재미가 좀 시들하고 자존감 떨어지면 끊임없이 새로 비하할 대상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어린애들이 펨코하는 게 무서운 점은 제가 생각하기엔 그거예요. 언어의 무서운 점은 그 언어를 사용하면서 그 언어 뒷 배경의 문화도 익히게 된다는 점이죠. 싸잡아 비하하는 문화를 무의식적으로 소비하게 되고, 쟤네 진짜 다 그런 거 아니야? 그러니까 이런 말이 있지, 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내 우월감은 자극되지만 실체적 진실에서는 멀어지게 된다는 걸 모르게 됩니다.
저도 클리앙에서 맘충이란 말 나올 때 좋지 않다고 지적했는데 '실제 있는 현상을 말하는데 뭐가 문제냐'라는 사람들 많았어요. 그 때가 아마 인터넷에 비하어가 난무하기 시작하던 초창기였던 거 같아요.
하여간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전체를 싸잡는 건 지극히 조심해야 해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