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걸 점차 포기할듯 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희는 미국에 살고 + 은근 야외활동과 여행을 좋아합니다.
제가 사는 곳이 자연 환경이 좋다보니 "비가 오지 않는 기간/날" 동안은 할게 참 많습니다. 한국은 체험농장이라고 하면서 과일 좀 따고 하는데, 여기는 아예 농장에서 그렇게 직접 따는 것을 많이 하지요. 따면서 뱃속에 들어가는건 공짜라서 실제 구매 가격보다 싸지는 마법도 있고요.
봄이 오고 따뜻해지는 5월이 되면 딸기를 따고, 7월이 오면 체리와 블루베리를 따고, 8월에는 복숭아와 블랙베리를 따고, 9월과 10월에는 배, 사과, 무화과를 따지요. 아, 호박도 따서 장식도 하고요 (할로윈). 마지막 대미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베러" 갑니다. 나무 농장도 많지요.
제가 사는 지역은 바다까지 차로 한 시간 반 정도 거리이다 보니 바다도 자주 갑니다. 오레곤 바다는 한여름에도 수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찬물이라서 수영은 불가능하지만, 아이들이 아직 초등학생이다보니 모래놀이도 하고, 조개도 잡고, 게도 잡고 하고요. 지난 번에는 바닷가 집을 빌려서 놀러가서 조개도 잡아왔네요 ㅎㅎㅎ 새조개 계열인데, 대충 제 손바닥 보다 큰 것이 잡히거든요. 그렇게 잡은 조개는 데쳐서 조개무침을 해먹거나 파전을 해먹으면... 크으...
여행도 좋아합니다. 아이들이 어리니 주로 휴양지로 가고, 서부에서 만만한 휴양지라고 해봐야 하와이 정도라서 코로나 시기 빼고 2018, 19, 22, 23년까지 4번 다녀왔네요. 올해는 장인어른 장모님 모시고 다녀오기도 했고요. 내년에는 보라보라를 잡기는 했는데 어찌될련지... 아이들이 스노우쿨링 하면서 물고기 보는걸 너무 좋아해서 내년을 기대 중이지요.
근데 이것도 아마 올해, 내년이 마지막이 될 것 같네요.
조개는 바다 오염에 민감한데 내년 까지는 잡으러 가더라도 그 이후는 못 갈 것 같고, 휴양지도 이제 바다에서 편하게 수영하는 시절은 다 간 것 같습니다.
한국에 가면 여름이라서 위험하다고 말하는데도 안전한 곳을 찾아서 회도 많이 먹고 오는데, 회도 이제 못 먹겠네요. 조개 구이나 해물파전도 이제 끝인가 봅니다. 특히 싼 집은 절대로 못 갈거 같고요.
내년에 한국 가면 제주도를 다시 갈까 했는데, 이것도 매우 고민이고요. 솔직히 동남아 바닷가라도 갈까 하고 있는데, 이것도 매우 고민 중이고요.
아직 못 가본 몰디브도 있는데, 여기는 내후년에 맘 편히 갈 수 있을까요? 호주나 뉴질랜드는 포기했고요. 그래도 캐리비안은 내후년에도 좀 즐길 수 있을까요?
와이프님과 종종 이야기를 하면, 우리 애들은 나중에 커도 아이를 갖지 말자고 말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자연 재해부터 식량에 기타 등등까지... 과연 얼마나 많은 어려움에 살지, 앞가림은 가능할지 모르는 시기이니,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으니까요.
가뜩이나 살기 힘든데, 아이들은 얼마나 더 힘든 세상을 살게 될지 모르겠네요.
마지막의 마지막을 즐기고 즐기게 해주다가 사진이라도 남겨줘야할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바다에서 편하게 헤엄치고 스노우쿨링하고 생선구이를 먹던 시절을 회상할 수 있기라도 해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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