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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 즐거웠던게 언제였더라?

M
케투
2025.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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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조차 잇기 어려웠던 어린 시절이었지만, 설 에는 새옷도 생기고 새양말도 생기고

흰쌀밥을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지요. 그것을 마련하기 위해서 엄마가 얼마나 고생을 

했었는지 알게 되었을 때부터 설날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게 되었지요.

 

오늘은 안젤라 축일입니다.

내 사랑하는 각시님 세례명이 안젤라입니다.

아침에 가족 단톡방에 엄마 축일이니 축하해드리라는 글을 올리고 주방으로 나가보니 

팥을 삶고 있었어요.  팥죽할거냐고 물었더니 찰밥 할 거라고 합니다. 왜?? 라고 묻는 나에게

딸이 "오늘 할머니 생신이래요 그래서 할머니 같다 드리려고 찰밥한데요." 그러고 보니 미역도 물에 불리고

있네요.   나는 내 각시 밖에 생각안하고 있었는데 장모님 생신이라....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는 장모님께 전화를 드리지 않은지가 오래 되었습니다.  암에 걸리고 난 후부터는 아마 전화를 드리지 

않고 무언가 수리할 것이 있을 때 말고는 찾아 뵙지도 않은지도 그전 부터 였습니다.  항상 죄송하고 

면목이 없어서....제가 암에 걸리고 병원에서 치료 받을 적에 장모님께서 50만원을 각시 편에 주셨습니다.

미카엘 맛있는거, 먹고 싶은 거 사 주라고 ....혼자 사시는 장모님은 에어콘도 안틀고  보일러도 안켜시고 

심지어 방에 불도 잘 안켜고 사셨습니다.  현관문이 주저 않아 잘 안 닫힐때,  욕조 샤워기가 낡아서 물이 샐 때

전등이 나가서 등을 갈아야 할때 침대에서 떨어지실까 침대옆 난간을 보수할 때 그럴 때면 열심히 손봐 드렸지만,

젊으실 때 열심히 일해서 벌어 두신 돈 아끼고 아껴 쓰지도 않고 사셨는데 못난 사위 아프다고 큰 돈을 주셨습니다

이제 걸음도 걷기 힘이 든 몸으로 아픈 모습 보시면 장모님 마음 아프실 것 같아서 각시와 딸이 장모님께 김치나

음식을 해서 가져다 드릴 때도 저는 주차장에서 기다렸습니다.

 

그런 장모님께서 피해망상증과 치매로 고생을 하고 계셨지요.  아들이 셋이나 있지만 가장 가깝게 지내던 자식이 

둘째 딸입니다.  안젤라 이지요.

한 열흘 전 전화도 안 받으시고 문도 잠겨있는 상태로 연락할 방법이 없어 다음날 아침에 찾아 가 본 장모님은 

더 이상 혼자서는 게시게 할 수없는 상태였습니다.  식사도 못하시고 전화기 사용법도 잊어버리고 열쇠와 반지도 

잃어버리고... 누군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을 빼돌린다는 망상증이 심해져 있었고 치매 중상도 보여서 그 날로 

안젤라가 장모님을 병원에 입원시키고 왔습니다.

 

제가 요즘 몸상태가 별로여서 오늘 사위가 운전을 해서 딸 둘을  데리고 병원에 생일 음식을 마련해서 찾아 가보니

손녀들의 이름도 기억을 못하시고,  큰딸이 결혼한 사실도 잊어 버리시고,  가져 간 음식도 잘 드시지 못했다고 합니다.

젊으실 때 영화배우 만큼이나 미모를 자랑하시던 장모님 지금도 치장에는 관심이 많으셔서 병원에서 분실을 우려해서

착용을 금지하는 목걸이, 반지와 안경을 (안경은 위험해서?) 못하게 하는게 많이 아쉬워 하셔서 오늘 병원을 다녀온 후 

각시는 백화점에 가서 이미테이션 반지를 예쁜 걸로 하나 사 왔답니다.

그리고 각시 하는 말이 ...."엄마 오래 못 사시겠더라...."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명절이라고 저도 며칠 전에 요양병원에 계시는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아이고 고맙다 살아 있어줘서..."라고하셨어요.

아흔이 넘으신 노모가 이제 60넘은 아들이 죽을 병에 걸렸다고 걱정을 하신답니다.  어머니는 93세이신데 아직도 목소리에

힘이 있게 들렸습니다.  장모님처럼 어머니에게도 전화해봤자 아픈 자식때문에 마음 아프시고 걱정만 끼칠까 전화를 하기가

어려웠거든요.  숨기려 해도 많이 아플때는 떨리느목소리 가쁜 호흡으로 표시가 나니까요.

 

때때로 내 삶이 고통스럽고 자야할 시간에 못자고 괴로움에 뒤척일 때 살그머니 저 멀리로 세상을 등지고 싶은 적도 

여러 번 있었지만,  두 분 어머니를 보면서 그런 마음을 버려야 했습니다.   그래도 자식이 어머니 보다도

 먼저 그러면 안되니까요.

다음에 장모님 병원에 가게 되는 날에 저도 함께 가봐야 하겠어요.   아직 그 정도는 움직일 수있고 손녀들 이름을 잊고

손녀 사위를 보면서 저 잘생긴 사람은 누구신고?  하셨다니 그러면서 아부지는 왜 안왔노? 라고 내 안부를 물으셨다니

용기를 내고 힘을 내서 뵙고 와야하겠습니다.  

 

그리고 수시로 사이비 종교이야기만 하셔서 우리 가족을 마음깊이 힘들게 하시던 내 어머니께도 봄이 오면 

찾아 가 봐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들 우리 곁을 떠나기 전에 모르는 사람처럼 변해 버리시기 전에 

찾아뵙고 손 잡아 드려야 하겠습니다.

어쩌면 많이 울게 될지도 모르지만,

가야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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