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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냥이 이야기

M
케투
202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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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말쯤...어디서 왔는지 짐작조차 가지않는 녀석이 찾아왔습니다.

사무실 문 앞에서 야옹야옹 하길래 나가봤더니 이녀석이 있더군요...


사무실 옆에 개를 키워서 개사료는 있어도 고양이 사료는 없었습니다.

배가 고픈가 보다 해서 이것저것 먹을것을 주고 물을 챙겨주었더니 잘 먹고 간다는 말도 없이 가더군요.


다음날 사무실 동생이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사료를 조금 가져왔습니다.

" 또 올것 같아서 혹시나 해서 가져왔어요 " >


신기하게도 ... 정말 또 왔습니다.

3월말에 꽤 추웠지요.

사무실에 난로를 켜놨는데 따뜻하고 좋았나 봅니다.



길냥이 이야기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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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보게 자네들...내 집사가 되어주지 않겠나? "

참 뻔뻔한 녀석 이었지요...


이후 매일매일 찾아오는가 싶더니...

어느날 부터는 아예 아침.점심.저녁 밥먹을때 되면 어김없이 사무실 앞에서 야옹야옹 ...


어느새 동생과 저는 사료그릇과 물그릇을 채워주는 비정규직 집사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처음 봤을때부터 느꼈던 건데요.. 이녀석...

그냥 길냥이는 아니고 가출냥 같았습니다. 목에 희미하게 목줄 자국이 있었거든요.  

모르는 사람에게도 잘 다가가서 애교부리고 부비부비를 잘 하더군요.



길냥이 이야기 | 인스티즈

눈을 왜 그렇게 떠? 눈빛은 조금 싸가지가 없어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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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져주면 갸르릉 거리면서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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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고있니??



그런데 말입니다...동생과 처음부터 의심은 했었지만 이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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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냥 이었던 것입니다 !!

어쩐지 배가 불룩 하더라니...살찐 돼냥이가 아니었지요...


그래 그래서 그랬구나 뱃속에 새끼는 있고 먹을건 없고 그래서 도와달라고 그런거 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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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어디서 자나 궁금했었는데 건물 계단 끝에서 자더군요.

이곳이 각종 건축물 자재 쓰레기와 버린 현수막들이 있던곳 이었는데..안보일땐 올라와보니 이곳에서 누워있었습니다.

깨끗하게 청소를 해주고 급한대로 개집을 하나 사와서 저렇게 놔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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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야 새집 마음에 드는구나 고마워"


이곳에서 잘 먹고 잘 쉬고 출산도 안전하게 이곳에서 하렴

그랬었는데 그생각...참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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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낮에는 나와서 식빵 구우면서 졸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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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면 먹다가...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갔지요...


그러던 어느날 ..4월 말쯤...이녀석이 갑자기 안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배가 많이 불렀었는데 새끼를 낳으러 갔나보다 해서 계단에 올라가보니 없더군요.

고양이들은 출산할때 잘 보이지 않는곳에서 한다는것을 왜 몰랐을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안나타나서 사무실 사람들 다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3일째 되던날 사무실 밖에서 야옹 소리가 들렸을때.. 누구보다 먼저 뛰어 나갔습니다.

홀쭉해진 몸으로 야옹 거리며 저를  올려다 보더군요.


너무너무 반가왔습니다.

그래 새끼 낳고 이제껏 돌봐주다가 배고프니까 왔구나...

얼른 사료를 그릇에 부어주고 물을 떠다가 주었습니다.


숨도 안쉬고 사료를 삼키듯이 먹더군요. 물도 벌컥벌컥...

얼마나 배가 고프고 목이 말랐을까..

그래도 갓난새끼들 젖먹이고 보살피고 하느라 어디 숨어서 나오지도 못했구나


참 기특하고 ... 애틋하고 ...


문제는 이녀석이 어디서 새끼를 낳았는지 도통 알수가 없다는점 입니다.

늘 먹고나면 바로 사라지고 바로 사라지고 했거든요.


아직 갓난새끼들 보살펴야 할테니 우리가 해줄수 있는 일은 그저 사료와 물을 늘 가득 채워주는 것뿐 이었습니다.

그렇게 한달 정도를 보내야했지요.

그러다가 이녀석이 계단 밑 정화조 시설쪽으로 들어갔다는 목격자(?)의 결정적인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가서 보니 컴컴하고 냄새나고...어미만 누워있더군요. 새끼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들어갈수 없는 좁고 낮은곳이라 새끼가 보인다 한들 손쓸 방법이 없었습니다.


며칠후 카메라를 가지고 살금살금 가서 새끼 한마리 사진을 찍는데 성공했습니다.

이게 뭐라고 엄청 기뻤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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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 반갑다.

난 너의 엄마의 집사라고해


며칠전 동생 폰에는 두마리가 찍혀있었는데 한마리 밖에 없었습니다.

나중에 계속 봐도 한마리 밖에 없더군요..

저곳 환경이 너무 안좋아서 아마..


암튼 저녀석을 꺼내와야 할텐데... 그렇게 또 보름정도가 지나고...

동생 에게서 새끼를 잡았다는 톡이 왔습니다.

밖으로 나와서 어미랑 노는것을 어찌어찌 잡았다고...

계단에 있던 개집을 내려서 사무실 옆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가서 보니...가까이서 보니 너무너무 귀여웠습니다.

아직 겁이 많아서 사람 그림자만 봐도 집안으로 후다닥 도망치더라구요...


며칠 적응을 시킨후  강아지풀과 카메라를 가지고 가서 몇장 찍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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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는 세상 모르게 자고있고 새끼는 겁에 잔뜩 질린모습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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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누구냐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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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이게 뭐지?"


어미가 자리를 비웠을때 강아지풀로 유혹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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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참 ... 희안하게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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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도망가던 녀석이 강아지풀의 유혹에 집밖으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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쬐끄만 녀석인데 나름 발톱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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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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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고양이들 사냥하기전 움찔움찔 하는 그런포즈 인데요 새끼냥이도 그움찔움찔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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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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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풀 가지고 놀아주면 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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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잡고 말거야..."



분명히 서너마리는 낳았을텐데...참 아쉽습니다.

하필 가장 환경이 좋지 않은곳에 새끼들을 낳아서...

한마리 살아남은것도 그저 기특하고 감사하고...뭐 그렇습니다.


마무리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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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어둬서 미안하다...

차들 쌩쌩 다니는 지방국도 바로 옆이라서 어쩔수가 없습니다.


그냥 놔두었으면 엄마따라 어디로든 가서 자유로운 길냥이가 되었을까요?

그게 더 저녀석에게는 더 나은 삶일까요?


조금 더 몸집이 커지고 건강해 지면...풀어줘야겠죠...

아마도 그래야 할겁니다.


그래서 저녀석이 우리옆에 있던 훌쩍 떠나던 그건 저녀석 자유겠죠...



시간이 더 지나고 또 좋은소식이 있으면 사진과 함께 전하러 오겠습니다.


긴 게시물 보고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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