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청역 사고 운전자, 직전 연이틀 최소 32시간 '더블' 과로 운전30
1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사거리에서 승용차를 몰다 역주행 사고로 15명의 사상자를 낸 운전자 차모 씨(68)가 직전 이틀간 과로 운전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여객운송업체 소속 버스운전사인데 지난달 29, 30일에 최소 32시간 가량 버스를 몰았다. 버스운전사들이 인력 부족 탓이 이른바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복격일제, 이른바 ‘더블’ 근무다.
차 씨는 경기 안산시의 511번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촉탁직 버스운전사다. 최근 차 씨 소속 여객운송업체는 기사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이틀 연속 버스를 운전하고 사흘 째에 하루 쉬는 식의 근무 형태를 월 1, 2회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버스 운전사들의 피로도가 극심해진다는 점이다.
버스 운전사들은 하루 근무 기준으로 이른 새벽부터 심야까지 최소 16시간을 운전한다고 한다. 첫차가 운행 시작 시간 기준으로 오전 4, 5시경, 막차가 오후 10, 11시경인 것을 고려하면 최대 근무시간은 하루 17, 18시간이다.
매우 장시간 근무이기 때문에 원래는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 업체의 배차표 관련 기록에 따르면, 차 씨는 지난달 29, 30일 연이틀 ‘더블’ 근무에 배정돼 일했다. 참사가 벌어진 직전 이틀간이다.
이 운송업체에서 만난 한 버스 운전사는 “‘더블’을 한번 뛰고나면 너무 피곤해서 잠을 못 이룰 정도”라며 “이틀 날밤을 새고 일하는 것과 비슷하다 보면 된다”고 전했다. 차 씨는 이 업체 버스 운전사들 중 최고령급이기도 하다.
때문에 과로가 이번 사고의 원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1974년 운전면허를 취득한 차 씨는 이전까지 사고 이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래 컨테이너를 싣고 다니는 대형 화물차 기사를 10년 넘게 하다, 이후에는 서울 대형 시내버스를 7년간 운행했다고 한다.
정년을 넘긴 뒤에는 이 업체에 지난해 2월 촉탁직 버스 운전사로 취업했다.
차 씨 동료 운전사들은 기자에게 차 씨를 “운전 잘하기로 알려진 사람”이라며 사고 소식에 놀란 분위기였다.
평소 차 씨와 가까웠다는 한 버스 운전사는 “험악하고 경거망동하게 운전하실 분은 아닌데 ‘차량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조심스레 생각도 든다”며 “평소 성실하고 점잖고 운전 스타일도 점잖다”고 했다.
차 씨와 알고 지내는 또 다른 한 버스 운전사는 “건강 등에 특이사항은 없었던 걸로 안다”며 “주변 평판도 나쁘지 않았다”고 전했다.
차 씨가 소속된 여객운송업체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차 씨를 징계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운행 중 사고가 아닌 개인 사생활 영역에서의 사고이긴 하지만 운전면허가 취소되는 결과가 나오면 당연히 해직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차 씨의 승용차에 동승한 아내와, 이후 연락을 받고 온 차 씨의 딸을 2일 새벽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자는 사고 직후 2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차 씨를 만났다. 그는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어 바로 경찰 조사를 받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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